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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최고의 공간은 아니다

공덕 일대에서 밤마다 사람이 몰리는 클럽들을 보고 있으면 참 희한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다들 화려한 조명 아래서 몸을 흔들며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고 믿을 때, 나는 오히려 그런 북적거림이 정신을 더 갉아먹는 건 아닐까 의심한다. 최근 이곳의 클럽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야 한다는 군중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춤을 추러 가지 않아도 음악을 즐길 방법은 많고, 굳이 사람이 많은 곳에서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유행을 따르는 사람들은 대개 분위기가 무르익은 공간을 최고로 치지만, 나는 반대로 사람이 없는 평일 낮 시간대의 공덕 클럽들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본다. 영업을 시작하기 직전의 정적, 혹은 이른 저녁의 텅 빈 공간은 그곳이 가진 고유의 음향 설비를 온전히 감상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남들이 열광하는 피크 타임의 소음 속에서는 사실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분위기에 취하는 것뿐이다. 진짜 음악을 알고 싶다면 아무도 없는 클럽에 들어가 스피커 앞을 지키는 편이 낫다.

물론 이런 식의 감상은 대중적인 선호와는 거리가 멀다. 사람들은 어깨를 맞대고 땀 냄새가 섞인 공기를 마셔야 제대로 놀았다고 생각하니까. 그렇지만 다수가 옳다고 해서 그게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공덕의 클럽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을 받으면 나는 항상 가장 구석진 자리나 공연이 없는 날을 골라 가보라고 답한다. 음악의 질감은 텅 빈 공간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 공간을 채우는 건 사람들의 함성이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된 사운드 자체여야 한다.

결국 취향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서 만들어진다. 누군가는 이곳 클럽의 화려한 조명을 칭송하겠지만, 나는 그 조명이 꺼진 뒤에 남는 공간의 골격에 더 관심이 간다. 여러분은 어떤가. 정말로 사람들에게 휩쓸리고 싶은 건지, 아니면 그저 공간이 주는 압도감에 기대고 싶은 건지 한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사람이 가득 찬 곳보다 비어 있는 클럽의 바 테이블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쪽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뭐, 사람마다 다 각자의 방식이 있는 거 아니겠나. 굳이 내 방식을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 각자 알아서들 선택하시길 바란다.